/작성일 10월 15일/글 김가연 '평화 관점으로 동화책 리뷰하기'의 후유증! 집에 꽂혀있는 모든 동화책을 매의 눈으로 훑어보고,아이들이 읽고 있는 책 주변을 얼쩡거리다가 한 마디 합니다. "어우, 여기도 엄마, 아빠, 애기 그림이네. 가족은 여러 형태일 수 있는데 말이야." 네 번째 엄마모임에서 평화 관점으로 동화책을 리뷰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동화책을 흘겨 보게 된 에너지를 모아모아, 10월 10일(토)에 동네 책방 '피스북스'에서 모인 o:WOW들.이번에는 동화책을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어른과 아이의 비율이 딱 반반, 활동하기 참 좋은 날이네요! 이번 모임에는 큰큰아빠와 하연 어린이도 참여해 주셨습니다. 반가워요:) 지난 시간에 무슨 얘기가 있었지? 동화책 리뷰한 내용을 잠시 훑어보고, 각자 다양한 관점을 반영하여 미니 동화책을 제작해 보았습니다. 미니 책 제작에는 '만들기의 달인' 안나 어린이(저희집 아이 1호)가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참가해 주신 분들 모두 다양한 재료들을 집어 들고 진지하게 활동에 참여했어요. 어떤 결과물이 나왔는 지 하나 씩 소개해 드릴게요. 1. 핑크 공주만 있는 게 아니다! 헬스덕후 <헬스 공주>_ 큰큰 & 하연 딸래미 하연이의 네트워크를 위해 참여하셨다는 큰큰.핑크공주 동화책을 대체할 울끈불끈 '헬스 공주'와 휠체어를 탄 씩씩한 공주 책을 만들어주셨어요. 헬스 공주 옆에는 큰칼을 그린 후 칼끝을 붓으로 전환하였답니다. 하연이는 구름과 햇빛 등 마음에 드는 그림으로 동화책을 가득 채워주었어요. "전형적인 '공주'의 모습을 탈피하려고 했더니또 다른 형태의 젠더 편향을 보여주는 것은 아닌지 고민됐어요.그래도 다양한 공주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큰큰) 2. 다양한 가족의 모습이 그대로, <찐 상어 가족>_프카 지난 시간에 동요 '상어 가족'에 나오는 가족의 형태와 수식어가 다소 편향된 부분이 있다는 논의를 했었어요. '아빠와 엄마'가 등장하는 가족 동요 말고, '어여쁜 엄마'와 '씩씩한 아빠'가 등장하는 동요 말고'씩씩한 엄마 상어, 명랑한 이모 상어, 귀여운 아기 상어, 자상한 할아버지 상어'는 어떨까요?"한부모, 조손가정 등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존재하는 시대인 만큼아이들이 접하는 동화나 동요에서도 그런 변화가 반영되길 바랍니다."(프카) 3. 팩트에 기반한 동물 가족 동요, <톡! 알을 깨고 나왔죠>_ 안나 동물들은 사실 암컷이 수컷보다 몸집이 크다는 사실! 그런데도 가족 동요 삽화에는 아빠 동물이 엄마 동물보다 몸집이 크죠. 안나는 팩트에 기반한 세 가지 가족 동요를 만들어 주었네요. - 펭귄 동요: 펭귄은 암컷과 수컷 크기가 비슷한 것 같아요. 근데, 둘 중에 알을 품은 쪽이 아빠 펭귄이에요. 펭귄은 아빠가 알을 품고 엄마가 먹이를 사냥하러 가거든요. - 곰 3마리: 엄마, 아빠, 아이가 등장하는 가족 동요라도, 아이가 꼭 세 살 꼬마여야 할 필요는 없잖아요.여기 있는 아기 곰은 저 처럼 열 살 쯤 되어서, 엄마 아빠랑 키가 비슷한 아이 곰이에요.- 상어가족: 상어는 암컷이 수컷보다 커요. 그리고, 속눈썹은 남자도 있으니까, 아빠 상어한테도 속눈썹을 그려줬어요.원래 책에는 아빠 상어한테만 날카로운 이빨이 있어요. 그래서 엄마 상어에게도 이빨을 그려줬어요. 내 친구 중에, 남자인데도 핑크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거든요. 그래서 아빠 상어를 핑크색으로 그렸어요.(안나) 4. 우리 가족을 위한 맞춤 동요, <리안이네 동물가족 노래>_ 서로서로 리안이네는 평소에도 곰 세 마리 동요를 부르면서 수식어를 가족에 맞게 바꿔서 부른다고 해요.아빠는 뚱뚱하고, 엄마는 날씬할 필요가 없으니까요.특히 핑크퐁 <동물 가족> 풀버전 영상에는 엄마 아빠랑 사는 아기 펭귄과 아기 캥거루도 나오지만,엄마 형아랑 사는 아기 북극곰이 나온다고 해요. 그런데 동요 책에는 ‘정상가족’ 스타일의 동요만 담겨 있어 아쉬웠다고 하네요.- 상어가족: (남편이 원하는 수식어 그대로) 젠틀한 희섭이 상어, (리안이가 잘 발음하는 뜐뜐해 대신)튼튼한 서로 상어,귀여운 리안이 상어. 리안이는 아기상어 색을 노랑이에 담고 싶어 해서 노랑이, 남편은 요즘 핑크 셔츠가 잘 어울려서 분홍이, 저는 더 다양한 색들을 많이 담고 싶어서 무지개로 색칠했어요. 아빠랑 리안이에게만 있는 예쁜 쌍꺼풀과 긴 속눈썹도 반영했지요!- 곰세마리: 리안이가 발음하는 대로 가사를 바꿨어요.“아빠 뜐뜐해! 엄마 뚠뜐해! 애기 뚠뚠해! 찌쮸 찌쮸 짜댠댜!”- 개미 가족: “왜 개미는 안 나오지? 개미는 여왕개미가 제일 큰데.” 라는 이야기가 나와서 개미 가족 가사를 만들어 봤어요. 그림은 안나님이 그려주셨네요.👍🏻 5. 경계를 짓지 않는 동화, <여자인지 남자인지 구별할 수 없는 책>_ 라니 & 광민 '여자인지 남자인지 구별할 수 없는 책'이라니! 엄청난 상상력 아닌가요?"'여자는 이래야 해, 남자는 저래야 해'라는 성고정관념을 벗어나려하니 또 다른 고정관념이 생기는 것 같았어요.그래서 성별구분이 없는 달팽이(자웅동체)와 흰둥가지(니모, 수컷-암컷 변화가능)를 주인공으로 동화책을 만들었어요. 책 제일 뒤에는 사다리타기 게임이 있어서, 여자와 남자, 혹은 규정되지 않은 성을 정할 수 있어요." 5. 전형적인 성 역할과 묘사를 바꿔보자, <치과의사 드보라 선생님>_ 가연 <치과 의사 드 소토 선생님>에 등장한 위계적인 번역투를 기억하시나요? 당연하게 남성이 의사로 그려진 부분도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그래서, 치과의사 '드보라'선생님이 탄생했습니다.위계적이었던 '~하지 않소?'말투도 '참 딱한 여우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처럼 부드럽게 바꾸어 봤어요.그런데, 여자 의사 선생님은 속눈썹을 그려줘야 할까요? 레이스 달린 가운이라도 입혀줘야 할까요?남성을 여성으로 바꾸고, 여자 아이의 모습을 '전형적이지 않게' 묘사하려니또 다른 편견에 빠지기 십상이었습니다. 결국에는 캐릭터의 성별이 확실히 드러나지 않는 동화책이 되었어요.보는 사람마다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겠네요! 이번 엄마모임이 유독 빛났던 이유는 아이들 덕분이었겠지요.아빠도 함께해서 더욱 행복한 모임이 되었어요.특히 아이들의 아이디어가 아니었다면, 다소 심심한 동화책이 되었을텐데,상상도 못한 부분에 문제를 제기하고, 새로움을 더하는 아이들 덕분에다시 떠올려도 마음이 움찔하는 동화책이 탄생했습니다. 초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는 서로서로는 학교에서도 시간을 내어 나만의 동화책과 동요책 만들기 활동을 해보고 싶다고 하니,엄마모임의 영향이 각자의 영역으로 확장되는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다음 모임은 육아와 돌봄에서 실천할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를 주제로 모이려고 해요.함께 하실거죠?! /모모 엄마모임 o:WOW에 공간을 제공해주신 동네 책방 <피스북스>를 소개합니다. 피스북스는 여행과 책을 통해 일상 속 평화감수성과 피스빌딩을 확산하기 위한평화책방 & 카페입니다.평화 감수성이 있는 그림책 큐레이션도 제공하고 있다고 하니,궁금하신 분들은 <피스북스 웹사이트>를 둘러보세요!